아무것도 모른 체 그렇게 시작됐다.
월출산으로 향한 순진한 발걸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그곳
하산 후 살아있음을 만끽하게 되는 그곳
이곳은 바로
월 출 산
월(月) 출(出) 산(山)
위치: 전남 영암군 영암읍 천황사로 280-43길
공식 페이지
http://www.knps.or.kr/front/portal/visit/visitCourseMain.do?parkId=121700&menuNo=7020098
이름 그대로 달이 이르는 산이다.
세상이 어두움으로 가려지기 시작하고 달이 떠오를 때.
월출산의 절경은 그때 시작된다고 한다(그렇다고 저녁에 등산하면 사망)
월출산은 국립공단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 중 하나다.
월출산의 천왕봉의 높이는 해발 809m (광주 무등산 해발 1,187m)인데
중요한 건 해발이 아니냐... 이 산은 미쳤어....
무등산이 해발이 높다고 하더라도, 등산의 난이도는 중급이라면
월출산은 상급이다.
무등산은 비교도 안된다
월출산, 드디어 등산 시작
월출산으로 들어서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며 생각했다.
산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것 같지 않은데...
사실 등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었다
등산했던 산들보다 자연이 잘 보존됐다는 생각.
잘 다듬어진 길들을 보며 괜찮네 싶었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사.
경사가 갑자기 가파지는 월출산.
당황스러웠다. 입산한 지 약 20분이 지나자 잘 다듬어진 길은 온데간데없이 온통 돌덩이들로 바뀌었다.
(바위들과 돌들이 엄청 많았다)
경사가 가빠졌는데 그 바닥이 바위와 돌 들이다. 어떨 것 같나?(응 지옥)
내가 이 안내판을 보고 매우 당황했던 점은
경사가 지금만 하더라도 보통 무등산 정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한 경사였다.
(우리는 좀 힘들더라도 구름다리를 경유해 가는 코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일단 구름다리까지만 하더라도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20~30분)
밥을 든든하게 먹고 왔더라도 이쯤 되면 허기가 지기 마련...
구름다리 입구에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정자가 있기에 이 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등산하기로 했다.
사실 아까 그 갈림길에서 구름다리를 향해 가는데
아무리 가도 구름다리가 나오지 않는 거다.
높이 올라갈 만큼 올라갔고 안내표에서는 거의 다 왔다는데
계속해서 나오는 소름 돋는 계단들과 급경사 때문에 오다가 진심 욕 나올 뻔했다
그렇게 결국 나타난 구름다리... 정말 감동이었다.
너무 감동이었는지 사진 찍은 게 어디로 간지도 모른다...(어디 갔니...?)
그렇게
구름다리를 밟고
시원한 전경 확~~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풀내음에 마음이 싹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경사를 올라 천황봉으로 향해야 했다.(같이 등산한 누나들은 등산 포기 의사를 밝힐 정도)
(위 구름다리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구름다리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급경사 구간...)
제일 소름 돋았던 구간이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천황봉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소름 돋는 급경사 대환장 파티가 벌어진 것.
저 계단 안전지지대 밑은 완전한 낭떠러지이다. 소름 돋는다
급경사 계단을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면 내 다리는 하나도 안 보이고 낭떠러지만 보임.
얼마나 급경사가 졌는지, 같이 등산하시는 분들이 주변에서 월출산을
월추락산 이라고 이름 지어 네 발로 기어 다니고 있었다(너무 급경사라서 ㅠㅠ 두 발로 스면 무서움)
이 계단 이후에도 끊임없이 월추락산다운 급경사와 더불어 낭떠러지 합작으로 이족보행의 인간을
사족보행으로 만들어 버렸다.(생존을 위한 진화를 선택한 등산러들)
아니, 대체 얼마나 높은 곳으로 가려고 이렇게 급경사가 많냐 하다가
"드디어 이 곳이 월출산 정상 천황봉인가?" 하고 고개를 들면
아니라고 반겨주는 급하강 계단들
끝없이 올라왔지?
이젠 끝없이 내려가면 된다
.
.
.
주절주절 주변에서
"이 정도면 월출산이 아니라 월추락산이네 잘 못 하다간 디지겠다"
"ㅋㅋ 월 추락산"
"ㅋㅋㅋ"
"ㅋㅋ"
라고 떠드는 소리 들으며
끝없이 하행과 상행을 반복하면
입에 침은 마르고 아무 생각도 안 드는 좀비 상태가 된다.
그렇게 목적도 의미도 잃어버린 체 길을 따라가면
천황봉이 얼마 안 남았다는 안내판과 함께 나타나는 통천문!!
통천문은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천황님을 뵐 수 있는 천황봉에 이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문인 셈
통천문을 지나면 천황봉이 따라~ 하고 보일 것만 같은 기대감을 준다
하악하악 드디어 하늘로 통하게 된다!! 간다!
하고 지나면 나오는
급커브 급하강 급상승 구간.
그저 웃으며 올라가야 한다.
자꾸만 천황봉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 기대를 주기 때문...
그렇게 대체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냐며 투덜투덜하다 보면 나오는
사람 설레가 하는 평지구간♡
이 구간... 왠지 지나면 천황봉 나올 것만 같잖아!!!
내적 댄스 고조시키며 달아오른 허벅지를 진정시키면!!! 드디어!!
나오는 천황봉을 향한 참선의 계단♡
이 계단을 보게 되면
인생사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일깨워 줌
ㅎ..
그래...!
그래도 저 계단만 밟으면 나오겠지 ㅠㅠ 천황봉 제발 나와라요 ㅠㅠ
혼자 실실 쪼개면서(실성함)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중반 이상 올라온 계단들..
이제 진짜 맞이할 천황봉.!!
(사실 이때 천황봉 너무 보고 싶어서 계단 막 뛰어올라갔음)
이제 나오겠지!! 하며
다시 경사를 올라갔다.
(천황봉 가기까지 제발 어디 다치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렇게 올라가고 올라가고
끝없이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드디어 보이는 천황봉!!
(이땐 올라가느라 사진 찍을 정신없었음)
드디어 완반한 월출산. 이 날 먼지가 많았는지 시야가 뿌옇길래 풍경사진은 찍지 않았다.
드디어 등반한 월출산.
등반한 기쁨과 뿌듯함도 이젠 잠시.
하산해야 한다.
네?
아니 이제 하산하셔야 한다고요 ^^;
알아 안다고!! ㅠㅠ
하산하며 느낀 점
: 굴러가고 싶다
주차장에 도착해 의자에 앉기까지 든 생각
:다리에 감각이 없다
.
.
.
난 이때 사진이 없는데.. 저장이 왜 안 됐나 싶지만(분명 찍었는데 사진첩에 없다. 뭐지?)
사실 없어도 된다.
왜냐고?
내려가는 내내
굴러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임
끝없이 이어지는 비포장 하산길.... 발 헛디디면 바위 틈새로 발목이 껴 한 달은 무슨? 두 달은 깁스해야 할 바위길과
정신줄 놓고 걷다가 미끄러지면 허리부터 골반, 다리, 팔뚝까지 부러질 미끄러운 돌길들이 쭉 이어졌다.
(하산하다 정신줄 깜빡 놓으면 저승실로 갈게 뻔했기에
네발로 기며 내려오는 건 하산러들에겐 필수였다.)
그렇게 하산하다 마주 한 쉼터에서 쉬는데
저 옆에 구름다리가 보였다.
"내가 저길 네 다리로 빌빌 기면서 올라갔었는데"
"이젠 네 다리로 굽신굽신 내려가고 있네" 라며 생각에 잠겼고
그렇게 한 20분 쉬었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올 때쯤 다시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가다 나오는 바람폭포에 다리도 적시고 목도 좀 축이다 보면
정말 얼마 안 남은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람폭포 이후의 길은 초반에 등산했던 길이기 때문임.)
그렇게 내려온 우리는 생각했다
아니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존나게 허기진다는 것.
이온음료는 따자마자 원샷했고
그렇게 모두 한 마디도 없이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둘째 누나가 운전 때문에 고생 좀 했다)
글을 마치며
월출산은 초급자들이 가기엔 조금 벅찬 산입니다
급경사와 하산 시 길이 완만하지 않아요
월출산 등반 시 반드시
등산스틱, 1인 1 이온 음료수, 허기를 달랠 음식, 충분히 준비하시고 등산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월출산은 등산과 하산 포함 약 6시간 30분~40분이 소요됩니다.
구름다리 코스로 가든
바람폭포 코스로 가든 둘 다 똑같이 힘듭니다
저는 구름다리 코스를 따라 등산하시고
바람폭포를 따라 내려 하산하시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산에서는 야~호 절대 금지입니다.
야생동물들 놀랍니다. 님들도 집에서 쉬는데 누가 소리 지르면 놀라겠죠?
똑같습니다. 산에서 고성은 야생동물들을 위해 삼가 주셔야 합니다!
(스릴 있게 높아지는 경사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월출산 강력추천입니다!)
(등산하며 생명의 위험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월출산이 딱이에요!)
이 글은
수정 중 한번 지워졌습니다.
임시저장을 생활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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